번트 논란에도 웃은 KIA, 진짜 이유는 4위 자리싸움
KIA가 논란이 된 번트 작전을 쓰고 에이스가 득점 지원 0점에도 웃어넘긴 배경에는 4위와 5위의 처지가 완전히 다른 KBO 와일드카드 규정이 있습니다. 9월19일 기준 KIA는 3위 LG에 3게임차, 5위 두산에는 4.5게임차로 양쪽에서 쫓기고 쫓는 위치에 있습니다.

9월 중순 KIA 타이거즈를 둘러싸고 사흘 사이 세 개의 장면이 나왔습니다. 번트 작전을 둘러싼 팬들의 불만, 에이스가 득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도 웃은 인터뷰, 그리고 마무리 투수가 한 달 전 아픈 기억을 딛고 세이브를 올린 장면입니다. 따로 보면 각각 다른 뉴스처럼 보이지만, 셋 다 같은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KIA가 서 있는 순위표의 위치입니다.
사흘 사이 나온 세 장면
9월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IA는 에이스 아담 올러를 내고도 승리 투수를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올러는 6이닝 무실점으로 던졌지만 그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타선은 단 한 점도 내지 못했습니다. 8월 22일부터 이 경기까지 다섯 경기 연속으로 벌어진 일입니다. 방어율 1.42를 찍고도 성적표는 0승 1패입니다. 그런데도 올러는 스포츠경향 인터뷰에서 "커피라도 좀 돌려야겠다"며 웃었습니다. 팀이 이겼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리즈에서 KIA는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번트 사인을 냈습니다. 득점권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작전이었고, 중계 화면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결과는 승리였습니다.
마무리 이의리는 이 시리즈에서 1이닝 3탈삼진으로 세이브를 완성했습니다. 이의리에게는 특별한 이닝이었습니다. 8월 23일 같은 키움을 상대로 9회말 2사 만루에서 시즌 타율 1할대였던 포수 김재현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맞았던 투수이기 때문입니다. 이의리는 그 공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경기 상대 라인업에 김재현이 빠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습니다.
왜 하필 지금 이런 장면들이 몰리나
세 장면을 하나로 묶는 것은 순위표입니다. KBO 정규시즌은 10월 7일 끝납니다. 남은 경기가 많지 않은 구간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이 시기 5강 언저리 팀들에게는 이기는 방식보다 이기는 결과가 우선순위에 올라갑니다. 번트가 정석에서 벗어나 보여도 시도하고, 에이스가 승수를 못 채워도 불펜과 대타로 승리를 만들어내고, 한 달 전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를 다시 마운드에 올리는 이유입니다.
여기에는 KBO 특유의 구조도 걸려 있습니다. 5위까지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만, 4위와 5위의 처지는 완전히 다릅니다. 4위와 5위는 4위 구단 홈구장에서 최대 2경기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데, 4위는 1승이나 1무만 거둬도 다음 라운드로 올라갑니다. 5위는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합니다. 같은 5강이라도 4위 자리와 5위 자리 사이에는 실질적인 벽이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숫자로 보면
9월 19일 기준 KBO 순위표는 이렇습니다.
- 1위 KT: 77승 47패 4무, 승률 .621
- 2위 삼성: 1위와 2.5게임차
- 3위 LG: 1위와 5.5게임차
- 4위 KIA: 1위와 8.5게임차 (3위 LG와는 3게임차)
- 5위 두산: 1위와 13게임차 (4위 KIA와는 4.5게임차)
- 6위 NC: 1위와 18.5게임차 (5위 두산과는 5.5게임차)
KIA는 3위 LG를 3게임차로 쫓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5위 두산에 4.5게임차로 쫓기는 입장입니다. 위아래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위치라, 순위표 한 칸의 무게가 다른 시기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올러가 5경기 연속 득점 지원 0을 받고도 개인 기록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반응을 보인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이 다섯 경기라는 표본은 한 시즌 전체로 보면 짧은 구간이라, 앞으로도 이 흐름이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지점
첫 번째는 "5강에만 들면 다 똑같다"는 생각입니다. 순위표만 보면 4위와 5위 모두 포스트시즌행이라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앞서 설명한 와일드카드 규정 때문에 실제 유불리는 크게 갈립니다. 시즌 막판 4위 사수와 5위 탈출이 똑같은 무게로 다뤄지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득점 지원 0"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말은 KIA 타선이 그 다섯 경기에서 전부 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올러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점수가 안 났다는 의미이고, 그가 내려간 뒤 불펜과 대타진이 점수를 만들어 팀이 이긴 경기가 있습니다. 개인 기록과 팀 성적이 어긋나는 흔한 사례입니다.
야구를 챙겨보지 않는 사람에게도 닿는 지점
당장 프로야구를 챙겨보지 않는 독자에게도 이 시기는 의미가 있습니다. 순위 경쟁이 걸린 3위에서 6위 사이 경기는 9월 말부터 매일 결과가 순위표를 흔드는 구간에 들어갑니다. 관련 구단 팬이라면 남은 일정에서 경쟁 팀과 맞대결이 몇 번 남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전체 승패 숫자만 보는 것보다 정확합니다. 저녁 경기가 많은 이 시기는 야간 기온도 낮아지는 때라, 구장을 직접 찾는 계획이 있다면 관람 채비도 함께 챙길 시점입니다.
지금 확인할 것은 순위표의 등수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입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4위 안에 있는지, 그리고 3위 LG·4위 KIA·5위 두산·6위 NC 사이에 남은 맞대결 일정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입니다. 이 네 팀의 승부가 10월 7일 전에 순위표를 몇 번 더 뒤집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KBO 포스트시즌은 몇 위까지 진출하나요?
정규시즌 5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합니다. 4위와 5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먼저 치르는데, 4위 구단 홈구장에서 최대 2경기로 진행되고 4위는 1승이나 1무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반면 5위는 반드시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KIA가 남은 시즌에서 3위 진입이 가능한가요?
9월19일 기준으로 3위 LG와 KIA의 격차는 3게임입니다. 시즌 종료가 10월7일이라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차이는 아니지만, 이후 팀별 잔여 경기 수와 맞대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여러 번 뒤집힐 수 있는 구간이라 특정 순위를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왜 프로야구 선수들이 득점 지원이 없어도 웃으면서 인터뷰를 하나요?
팀이 순위 싸움 중이라 개인 승수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올러의 경우 방어율 1.42로 제 몫을 다했고 팀이 다른 방식으로 승리를 챙겼기 때문에, 개인 기록보다 순위표의 결과에 만족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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