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 돈으로 읽으면 — 리글리필드 옥상서 끊긴 17%, 컵스가 법원까지 간 이유
시카고 컵스가 리글리필드 옥상에서 경기를 보여주고 돈을 받던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20년 유지된 수익 분배 계약이 끊긴 사건으로, 경기장 밖 ‘시야’도 돈이 되는 자산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시카고 컵스가 홈구장 바로 옆 건물 옥상에서 경기를 보여주고 입장료를 받던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연방법원은 이 업체에 영구적인 영업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야구장 담장 밖, 남의 건물 옥상에서 벌어진 이 다툼이 흥미로운 이유는 결국 돈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인가 — 20년 계약이 끊기자 법정으로
리글리필드 외야 담장 너머에는 수용 인원 약 200명 규모의 건물 옥상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리글리뷰 루프탑(Wrigley View Rooftop)’이라는 업체가 있었습니다. 이 업체는 2004년부터 컵스와 계약을 맺고 입장권 매출의 17%를 구단에 나눠줬습니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이 계약은 2024년 끊겼습니다. 업체가 수익 분배 없이 티켓 판매를 계속하자 컵스는 그해 소송을 냈고, 올해 9월 30일 연방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왜 지금 이 얘기가 나오나 — 88년 전 판례가 다시 불려 나왔다
이 분쟁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2015년 컵스가 외야에 전광판과 좌석을 늘리면서 옥상에서 보이는 시야가 줄어들자 양측 갈등이 먼저 시작됐습니다. 이후 계약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다 2024년 결국 결렬됐습니다. 법원이 이번 판결의 근거로 든 것은 1938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사건입니다. 당시 한 라디오 방송사가 파이리츠 홈구장인 포브스필드 옆 건물 옥상에 중계용 관찰자를 세워 허락 없이 경기를 중계했고, 법원은 타인의 노력과 투자에 무임승차했다며 파이리츠 승소로 결론 냈습니다. 88년 전 판례를 2026년 옥상 관람 소송에 그대로 적용한 셈입니다.
돈이 흐르는 경로 — 경기 자체가 상품이 된다
이 사건을 돈의 관점에서 보면 핵심은 세 갈래입니다.
- 첫째, 구단은 입장권과 중계권 외에도 경기장 ‘시야’라는 자산을 또 한 번 판매합니다. 2004~2024년 컵스가 받은 17%는 중계권료와 비슷한 성격의 수익이었습니다.
- 둘째, 계약이 끊긴 뒤에도 업체가 영업을 이어가면서 구단이 가져가야 할 몫이 그대로 업체 매출로 들어갔습니다. 소송은 이 몫을 되찾으려는 시도였습니다.
- 셋째, 판결이 경기 관람이라는 상품에 대한 무임승차는 안 된다는 논리를 재확인하면서, 스타디움 주변 건물주들이 비슷한 사업을 하려면 구단과 먼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선례가 생겼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수익 분배율 17% — 2004년 계약 당시 정해진 뒤 20년간 유지된 비율입니다.
- 계약 기간 20년(2004~2024) — 메이저리그 구단과 민간 업체 사이에 이례적으로 긴 민간 계약이었습니다.
- 수용 인원 약 200명 — 해당 건물 옥상 좌석 규모로, 리글리필드 전체 관중(약 4만명)의 0.5% 수준입니다.
- 판결일 2026년 9월 30일 — 소송 제기 후 약 2년 만에 나온 결론입니다.
다만 컵스가 실제로 못 받은 수익 분배금 규모는 법원 자료에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2년치 입장권 매출의 17%라는 추정만 가능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지점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 건물 옥상에서 내가 보는 것도 안 되느냐”는 오해입니다. 법원이 막은 것은 공짜 관람이 아니라 티켓을 팔아 돈을 받는 상업적 영업입니다. 지인을 초대해 같이 보는 것과 입장권을 끊어 불특정 다수에게 파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둘째, “이게 중계권 침해와 같은 거냐”는 오해입니다. 중계권은 방송·스트리밍에 대한 권리고, 이번 사건은 경기장 밖에서 경기를 보여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에 적용되는 별개의 법리, 즉 무단 이용과 부당이득 문제입니다. 두 법리는 근거부터 다릅니다.
나에게 닿는 지점
국내 야구장을 떠올리면 이 소송이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KBO 구장은 대부분 외야 담장이 높고 주변에 리글리필드 같은 저층 건물이 드물어서, 옥상에서 경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장 비슷한 분쟁이 국내에서 생기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 판결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구단이 소유한 건 선수와 경기장만이 아니라,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경험 자체도 돈이 되는 자산이라는 인식입니다. 스타디움 근처 상권이나 중계 플랫폼을 눈여겨보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구단들이 주변 부동산·시야·중계 권리를 어디까지 통제하려 하는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자산·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컵스 옥상 관람 소송 판결이 한국 야구장에도 적용될 수 있나요?
국내 KBO 구장은 대부분 외야 담장이 높고 주변에 저층 건물이 적어 리글리필드처럼 옥상에서 경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드뭅니다. 다만 이번 판결의 핵심 법리인 타인의 투자에 대한 무임승차 금지는 스타디움 주변 상업시설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라서, 향후 유사 분쟁에서 참고 판례로 언급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옥상에서 그냥 구경만 하는 것도 이번 판결로 금지되나요?
아닙니다. 법원이 금지한 것은 티켓을 팔아 돈을 받는 상업적 영업입니다. 건물주가 지인을 초대해 함께 경기를 보는 것처럼 돈이 오가지 않는 개인적 관람은 이번 영구 금지명령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영업 형태로 입장료를 받는다면 구단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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