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시작됐지만, 엔진은 아직 없는 이유
방위사업청이 8월29일 6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입찰을 공고했습니다. 예산은 9억원, 기간은 14개월이지만 정작 전투기에 필요한 국산 엔진 기술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방위사업청이 8월29일, 6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사업의 제안요청서를 냈습니다. 입찰 마감은 10월1일, 연구 기간은 14개월입니다. KF-21 보라매가 양산 단계로 넘어가자마자 그다음 세대 전투기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셈입니다.
방사청이 공식적으로 움직였습니다
8월29일 방위사업청은 6세대 전투기 개념연구를 위한 제안요청서를 발주했습니다. 배정된 예산은 9억원, 연구 기간은 14개월로 2028년 초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선행연구개발 단계에는 636억원이 편성돼 있습니다.
제안요청서에 담긴 밑그림은 꼬리날개가 없는 무미익 동체, 적응형 가변엔진 2기, L·S·X 밴드 전 대역을 흡수하는 광대역 스텔스,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입니다. KAI와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방산 기업들이 입찰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KF-21이 끝나야 다음 것을 볼 수 있었던 구조
한국이 6세대 전투기 얘기를 이제서야 공식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난 십수 년간 국방 항공 개발 역량 대부분이 KF-21 한 사업에 묶여 있었습니다. 전투기 한 기종을 처음부터 끝까지 국산화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벅찬 도전이었고, 그 와중에 다음 세대 기술까지 병행 연구할 여유는 크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KF-21 체계개발이 한창이던 시점에 6세대 개념연구를 같이 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나고 보니 그 판단이 지금의 시차로 돌아온 셈입니다. 중국은 이미 2024년 청두항공기공업의 J-36이 첫 비행을 마쳤고, 선양항공공업의 J-50도 개발 중입니다. 영국·이탈리아·일본이 함께하는 GCAP은 2035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잡아뒀습니다. 한국은 이제 막 개념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에 더 근본적인 병목이 있습니다. 6세대 전투기가 요구하는 적응형 가변엔진은 지금 한국이 갖고 있지 않은 기술입니다. KF-21에 들어간 F414-GE-400K 엔진조차 미국 GE의 설계를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이고, 핵심 기술은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2027년부터 국산 엔진 전체개발에 들어가 2030년대 중반 시제품, 2041년 비행시험 완료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6세대 전투기 배치 목표 시점과 엔진 개발 완료 시점이 거의 겹칩니다. 엔진이 늦어지면 기체 개발이 아무리 순조로워도 전체 일정이 함께 밀리는 구조입니다.
숫자로 보면 격차가 또렷합니다
- 개념연구 예산 9억원, 후속 선행연구개발 636억원 — 이후 본격 체계개발 예산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습니다.
- 개념연구 완료 목표 2028년, 모든 단계가 순조로워도 전력화는 2040년대 중후반입니다.
- GCAP(영국·이탈리아·일본)은 2035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잡고 있어 한국보다 최소 5~10년 앞섭니다.
- 중국 J-36은 2024년 첫 비행을 마쳤습니다. 한국은 시제기는커녕 개념 단계입니다.
- 국산 엔진 목표 출력은 16,000파운드급으로, 현재 KF-21에 쓰이는 F414-GE-400K(14,770파운드)보다 10~15% 높습니다. 다만 이 엔진도 2041년에야 비행시험이 끝납니다.
표로 정리하면 격차가 시간에서만 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국과 GCAP 진영은 기체와 엔진을 거의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기체 개념연구와 엔진 자립 완료 시점이 둘 다 2040년대 초중반에 몰려 있습니다. 한쪽이라도 늦어지면 전체가 밀리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두 가지
첫째, KF-21이 나중에 6세대로 업그레이드되는 게 아닙니다. KF-21은 4.5세대로 분류되는 별개 기종이고, 6세대 전투기는 무미익 설계와 AI 기반 비행제어를 요구하는 완전히 다른 체계입니다. 두 사업은 이름만 이어질 뿐 설계 계보가 다릅니다.
둘째, 한국에 국산 전투기 엔진이 이미 있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KF-21의 엔진은 GE 설계를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 결과물이고, 올해 7월 처음 공개된 국산 시제엔진은 5,500파운드급으로 무인기·소형기용입니다. 6세대 전투기에 필요한 급과는 세 배 가까운 차이가 있습니다.
내 지갑과 무슨 상관인가
당장 이번 개념연구는 예산 규모부터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단계는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체계개발 단계에 들어가면 KF-21이 그랬듯 수조원대 예산이 국회 심의를 거치게 되고, 그 돈의 상당 부분이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상장 방산기업으로 흘러갑니다. 이번 입찰 결과와 이후 선행연구개발 착수 여부가 이들 기업의 중장기 수주 흐름을 가늠하는 첫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아직 개념연구 단계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양산과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라, 단기 주가 이벤트로 접근할 사안은 아닙니다. 지금 확인할 것은 이번 입찰에 누가 참여하는지, 그리고 2027년으로 예정된 국산 엔진 본개발이 일정대로 시작되는지입니다. 엔진 일정이 밀리면 6세대 전투기 전력화 시점도 함께 밀린다고 보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KF-21과 6세대 전투기는 같은 사업인가요?
아닙니다. KF-21은 4.5세대로 분류되는 별개 기종이고, 6세대는 무미익 설계와 새 엔진을 쓰는 완전히 다른 체계개발 사업입니다. 이름만 이어질 뿐 계보가 다릅니다.
6세대 전투기는 언제 실전 배치되나요?
개념연구가 2028년 끝난 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도 2040년대 중후반이 거론됩니다. 같은 목표를 2035년으로 잡은 GCAP이나 이미 시제기를 띄운 중국보다 늦은 일정입니다.
국산 전투기 엔진은 언제쯤 완성되나요?
방사청 계획대로면 2027년 본격 개발에 들어가 2030년대 중반 시제품이 나오고, 2041년 비행시험이 끝납니다. 6세대 전투기 전력화 시점과 거의 맞물려 있어 엔진 지연이 곧 전체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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