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정원 14명 중 2명 공석, 재제청 갈등이 진짜 문제인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반려하면서 대법관 정원 14명 중 2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려 사유는 후보자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제청 전 사전 협의 여부를 둘러싼 절차 갈등입니다.

손봉기 부장판사 임명동의안, 왜 국회 문턱도 못 넘었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넘기지 않고 돌려보냈습니다. 1987년 현행 헌법 체제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반려한 첫 사례로 보도됐습니다.
같은 날 조 대법원장이 함께 제청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건은 그대로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두 후보 중 한 명만 걸러진 셈입니다.
이후 2주 넘게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9월 11일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정치권력이든 소송 당사자든 부당한 간섭을 받아선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YTN 등이 보도했습니다. 기념사에서 '독립'이라는 단어를 여덟 차례 썼다고 합니다.
같은 날 오후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존중해 재제청 절차를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하루 사이 양측이 공개 발언으로 맞선 셈입니다.
절차 문제로 번진 이유, 7개월 침묵과 사전 협의
이번 갈등의 뿌리는 손봉기 후보자 개인이 아닙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은 6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3월 3일 퇴임했는데, 후임 후보는 이미 1월 2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손봉기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조 대법원장은 이 추천을 받고도 7개월 가까이 실제 제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8월 18일에야 서면으로 손봉기 후보자를 제청했는데,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김성수 후보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을 위한 추천위가 8월 4일 별도로 꾸려졌고, 이 건은 청와대와 사전에 의견을 모았다는 게 청와대 쪽 설명입니다. 같은 날 제청된 두 후보의 운명이 갈린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결국 쟁점은 누구를 대법관으로 앉히느냐가 아니라 제청 전에 청와대와 상의를 거쳐야 하느냐는 절차와 권한 배분의 문제로 좁혀집니다.
숫자로 보면
- 대법관 정원 14명 중 2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노태악 대법관 퇴임(3월)에 이어 이흥구 대법관도 지난 7일 퇴임하며 공백이 겹쳤습니다.
- 추천위 추천(1월 21일)부터 실제 제청(8월 18일)까지 7개월이 걸렸습니다. 추천위가 이미 인물을 골라 둔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긴 시간입니다.
- 청와대 반려(8월 28일) 이후 재제청 요구에 대한 침묵은 2주를 넘겼습니다.
- 조 대법원장은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독립'을 여덟 차례 언급했습니다. 특정 사안을 직접 지목하지 않으면서 메시지를 실은 방식입니다.
다만 이 숫자들은 언론 보도를 종합한 것으로, 대법원과 청와대 양쪽 모두 협의 과정 자체를 공식 문서로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협의가 어느 수준까지 오갔는지는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라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자주 헷갈리는 지점 두 가지
첫째,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을 마음대로 거부했다는 생각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법관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제청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입니다. 이번에 반려된 것은 국회에 넘기기 전 단계의 임명동의안이고,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제청권을 흔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둘째, 반려 사유가 손봉기 후보자의 개인 비위나 자질 문제라고 오해하기 쉬운데요, 청와대가 밝힌 사유는 절차적 완결성, 즉 사전 협의 부족이었습니다. 후보자 개인을 겨냥한 결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평범한 독자에게는 무엇이 걸려 있나
대법관 공백은 멀게 느껴지는 정치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판 진행 속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대법원 상고심은 연간 수만 건이 쌓이는 구조인데, 대법관 2명이 비면 소부 배당과 전원합의체 심리 모두에 부담이 실립니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이미 밀려 있는 상고 사건의 처리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소송을 진행 중인 당사자라면 이 공백이 체감될 수 있습니다.
지금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다시 꾸릴지, 아니면 기존 추천위 결정을 유지한 채 다른 절충안을 낼지입니다. 그 선택에 따라 공백 해소 시점이 갈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법관 재제청이 무엇인가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다시 추천하는 절차로,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넘기기 전 반려했을 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절차상 사전 협의 부족을 이유로 재제청을 요구했습니다.
손봉기 후보자는 왜 반려됐나요?
청와대는 후보자 개인의 자질이나 비위 문제가 아니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 전에 청와대와 실질적으로 협의하지 않고 서면으로 일방 제청했다는 절차적 완결성 부족을 반려 사유로 제시했습니다.
대법관 공석이 계속되면 재판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대법원 상고심은 연간 수만 건이 밀려 있는 구조여서, 대법관 정원 14명 중 2자리가 빈 상태가 길어지면 소부 배당과 전원합의체 심리 부담이 커지고 처리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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